[과학사#12]'왜'를 찾아 나선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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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페일리의 자연신학

영국의 성공회 신부였던 윌리엄 페일리(William Paley, 1743~1805년)는 1802년 『자연신학(Natural Theology)』이라는 저서를 통해서 기독교 신앙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신의 존 재증명을 시도하는데, 신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연계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연신학에 등장하는 윌리엄 페일리의 시계와 시계공의 비유 풀밭을 걸어가다가 '돌' 하나가 발에 채였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거기에 있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는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그것은 항상 거기에 놓여 있었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답의 어리석음을 입증하기 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 아니라 ‘시계’를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어떻게 그것이 그 장소에 있게 되었는지 답해야 한다면, 앞에서 했던 것 같은 대답 즉, 잘은 모르지만 그 시계는 항상 거기에 있었다는 대답은 거의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시계는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 즉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선가 한 사 람, 또는 여러 사람의 제작자들이 존재해야 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그것을 만들었다. 그는 시계의 제작법을 알고 있으며 그것의 용도를 설계했다. 시계 속에 존재하는 설계의 증거는 자연의 작품에도 존재한다. 그런데 그 차이점은 자연의 작품 쪽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또는 그 이상으로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 산책을 하다가 땅에 떨어진 시계를 발견했다면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시계를 만든 시계공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 전제에 의한 억지 논리들은 고대 그리스극의 억지논리를 부르는 말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x ex machina)에 해당한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는 억지스런 결말, 황당한 종결을 의미한다. 마키나(machina)는 무대 위에 신의 역할을 맡은 배우를 효과적으로 등장시키는 무대 장치 기술 을 뜻하는데, 고대 그리스극에서 기계장치를 이용한 연출법으로 주로 신과 영웅의 등장시 줄을 매달아 날아다니는 것처럼 혹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 연출하는 방식이었다. 효과 적인 방법이었지만, 내용상의 모순과 어려운 문제에 복잡하게 직면할 때 신이 등장해 모든 것을 해결해버리는 방법으로 아 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시학』에서 희곡은 이야기 구조 자체의 논리와 연개성에 의존해야지, 편협한 술수를 부리면 안 된다 Ⅳ. 전문 과학 분야의 성립과 발전 165 고 비판하였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유명한 고대 그리스 극 작가인 에우리피데스가 많이 사용했고, 훗날 중세 종교극에서 활발히 이용되었다. 윌리엄 페일리는 당시로서는 제일 복잡하고 정교한 물건의 예인 시계를 통해 유비논증을 시도하여 시계에게 시계공이 있 다면 시계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생명체(인간, 동물, 식물 등)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게 설계자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결 론지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다른 것은 더 볼 필요도 없이 눈 과 같은 복잡한 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지적인 ‘창 조자’가 필요하며, 생명체는 신의 설계의도를 담고 있어서 그 구조나 기능에 있어 완전성과 완벽성이 드러난다고 강조하였 다. 윌리엄 페일리의 책은 오늘날에도 문제가 되고 있는 ‘지적 설계론’의 기원이 되었으며, 나중에 진화학자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의 책 『눈먼 시계공(Blind Watchmaker)』 에 의해 반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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